
1. AI와 인간 지능
현대 사회는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뒤덮고 글까지 대신 써주는 시대지만, 백희성 건축가는 인간 본연의 지능인 HI(Human Intelligence)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그는 평소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다 답답함에 마우스를 던져버린 경험을 통해, 인간의 뇌와 사고방식은 원시 시대부터 상상한 것을 손으로 직접 그려내는 아날로그적 과정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물론 그가 AI의 발전을 배척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이 만난 2,000명의 특이한 사람들이나 은사님과의 대화 등 방대한 기록을 AI에 학습시켜, 편안하게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얻는 훌륭한 파트너로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AI와의 뛰어난 시너지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인 소비자와 수용자는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과거 그가 2천만 원을 주고 산 로봇 펫에게 끝내 정을 붙이지 못한 이유는, 생명만이 줄 수 있는 촉감과 냄새, 정서적인 교감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타인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스스로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내면의 사유와 감정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활자화하는 '기록'이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칭찬과 비난 같은 외부의 평가에 쉽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박수갈채가 끝나도 사라지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주는 내면의 단단함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행복이 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온전히 내 안에 머물게 하는 훌륭한 장치가 바로 기록입니다.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조금 느리더라도 나에게 최적화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야말로 AI 시대에 인간이 HI를 단련하고 지켜내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2. 진짜 기록과 발효
백희성 건축가는 누군가의 말을 비판 없이 고스란히 받아 적거나,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예쁘게 꾸며 쓰는 행위는 단순한 '필기'이자 쓰레기에 불과하다고 단호하게 일축합니다. 심지어 미래의 자신이 읽을 것을 의식해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당당히 극복할 거야'라고 긍정적으로 포장했던 과거의 일기 역시, 본질이 철저히 결여된 거짓말이자 화려한 장식이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그가 진정으로 강조하는 진짜 기록은 정해진 형식을 파괴하고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종이 위에 거칠게 휘갈겨 쓰는 '낙서'에 가깝습니다. 뇌가 하나의 거대한 질문으로 인지할 수 있게끔 종이 위에 물음표를 툭 던져두고 책을 덮는 행위가 무척 중요합니다. 노트에 막 적어둔 정제되지 않은 생각과 감정들은 결코 버려진 채 방치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노트라는 '장독대' 안에서 훗날 언제든 다시 펼쳐볼 수 있도록 깊이 숙성되는 '발효'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뇌는 던져진 질문을 무의식 중에 계속 작업하며 언젠가 불현듯 놀라운 해답을 끄집어냅니다. 또한 기록은 자신의 아픈 트라우마와 부정적 감정을 똑바로 직면하게 돕는 매우 강력한 도구입니다. 그는 지적 장애가 있는 동생을 천재라고 무려 12년간 거짓말했던 자신의 방어기제를 철저한 기록을 통해 직시하게 되었고, 이 트라우마를 버리지 않고 내면에 완전히 수용하기로 굳게 결심했습니다. 그 결과 장애인들의 봉사활동을 하며 그들이 냄새와 소리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완전히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되었고, 이를 자신만의 소설을 집필하는 훌륭한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감정 역시 아무 이유 없이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상처를 방어하기 위한 기제임을 깨닫고, 왜곡과 미화가 일어나기 전 순식간에 종이가 찢어질 듯 감정을 배설해 두는 것이 나를 아는 가장 좋은 열쇠라고 조언합니다. 디지털 기기는 타자를 치는 순간 자기 검열 필터링이 작동하고 물리적 물성이 부족하여 원시적 감수성을 자극하기 어렵기에, 작고 얇은 아날로그 노트부터 빠르게 채워나가는 성취감을 맛보라고 강력히 추천합니다.
3. 삶과 업의 변화
기록은 단순히 기억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180도 바꾸고 자신의 업(業)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게 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과거 백희성 건축가는 대학 시절 은사로부터 "네 건축은 재앙이다"라는 치명적인 혹평을 듣고 큰 좌절에 빠져 자퇴를 결심했으나, 억지로 시작하게 된 노트 기록 덕분에 건축의 길을 끝내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기록 속에서 뼈저리게 고통받고 끙끙대는 자신을 마치 제3자처럼 철저히 객관화하여 바라보았고, "희성아 괜찮아"라고 적어주며 외부에서 결코 채워줄 수 없는 깊은 위로를 스스로에게 건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그가 건축가로서 몹시 활발히 창작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흔한 슬럼프나 창작의 고통을 겪지 않는 결정적인 비결은, 2002년부터 무려 20년 이상 쉼 없이 축적해 온 수많은 노트가 무한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아들을 '찬란한 빛'으로 여긴 어느 식당 주인의 애틋한 마음을 '아들의 빈 의자를 비추는 핀 조명'으로 연출해 벅찬 감동을 자아낸 일이나, 과거 노트에 툭 적어 발효시켜 두었던 '꽃봉오리처럼 천천히 꺼지는 조명' 아이디어를 훗날 신소재 과학자를 우연히 만나 현실의 작품으로 완벽히 구현해 낸 사례 모두 꾸준한 기록이 만들어낸 눈부신 기적입니다. 기록은 또한 모든 것이 획일화되어 가는 AI 시대의 글쓰기 속에서 인간만의 고유한 '말맛'을 굳건히 지켜줍니다. AI가 쓴 글은 표면적으로 수려해 보일 수 있으나 인간 고유의 거친 텍스처와 생생한 육성이 거세되어 버리는데 반해, 자신의 거칠고 솔직한 언어로 쓴 글은 독자가 마치 바로 옆에서 육성을 듣는 듯한 엄청난 생동감을 전달합니다. 그의 아버지가 "남이 한 실패와 네가 한 실패는 다르니 남의 섣부른 조언을 듣지 말고 직접 부딪혀라"라고 남겨준 카리스마 넘치는 조언처럼, 기록은 오직 자신만의 실패와 값진 경험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 줍니다. 60세라는 늦은 나이에 기록을 시작한 어르신이 3년 만에 사유의 비약적인 깊어짐을 경험했듯, 지금 당장 시작하는 당신의 투박한 기록은 훗날 당신을 AI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지혜로운 존재로 훌쩍 성장시켜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4. 총평
백희성 건축가의 강연은 인공지능(AI)이 모든 것을 완벽히 대체할 것만 같은 두려운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가장 원시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기록'이야말로 인간 지능(HI)의 고유성을 지켜내는 최후의 무기임을 강력하게 일깨워줍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먼 미래를 의식해 예쁘게 포장하는 가짜 일기가 아니라, 날것의 감정과 스스로를 향한 치열한 질문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진짜 기록'의 가치가 현대인들에게 매우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특히 자신의 숨기고 싶은 트라우마와 방어기제마저 용기 있게 마주하여 새로운 창작의 자양분으로 삼고, 과거의 나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묵힌 생각들을 장독대처럼 '발효'시키는 과정은 단순한 메모를 넘어선 숭고한 삶의 성찰입니다. AI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말맛'을 온전히 지키고, 흔들리는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며 내면을 단단하게 다지는 이 철학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속도와 효율성만 좇는 우리에게 '온전한 나'로서 행복을 지킬 수 있는 따뜻하고 확실한 나침반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출처 : "60에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아요" 내 인생을 단단하게 붙잡아 줄 기록
https://youtu.be/f3U62BA_hWw?si=Xb0uy04dyd1cCf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