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줄거리
1982년 부산, 해고 위기에 처한 비리 세관원 최익현은 순찰 중 우연히 10kg의 히로뽕을 적발하게 되고, 이를 처분하기 위해 부산 최대 폭력조직의 젊은 보스 최형배와 손을 잡게 됩니다. 두 사람은 같은 경주 최씨 집안으로, 익현이 형배의 고조할아버지 뻘인 '대부님' 항렬임이 밝혀지며 급속도로 가까워집니다. 익현의 탁월한 친화력과 로비력, 그리고 형배의 압도적인 주먹이 결합하면서 두 사람은 카지노와 나이트클럽 등 부산의 향락 산업을 장악하며 승승장구합니다. 그러나 조직이 커지며 주도권과 이권 문제로 두 사람 사이에 점차 균열이 발생합니다. 형배의 2인자 박창우가 익현의 매제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형배는 깡패 세계의 선을 넘으려는 익현에게 선을 그으며 엄중히 경고합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익현이 형배의 라이벌인 김판호와 접촉하고, 때마침 형배가 괴한에게 피습을 당하자 형배는 익현을 배신자로 간주하여 무자비하게 폭행한 뒤 조직에서 내쫓습니다. 모든 것을 잃은 익현은 결국 김판호와 손을 잡고 새로운 권력을 탐하게 됩니다.
하지만 1990년,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부산의 폭력 조직들은 대대적인 소탕의 대상이 됩니다. 악질 검사 조범석에게 체포된 익현은 살아남기 위해 김판호를 배신한 데 이어, 도피 중이던 최형배마저 유인하여 검찰에 넘기는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형배를 팔아넘긴 대가로 홀로 무혐의로 풀려난 익현은 조범석 검사의 권력 지향적인 성향을 간파해 그와 결탁하고, 자신을 지켜줄 든든한 뒷배로 만듭니다. 시간이 흘러 2012년, 수많은 조폭들이 철창신세를 지거나 몰락한 반면 익현은 부산의 유력한 재력가로 자리 잡았고 아들마저 엘리트 검사로 키워내며 최후의 승리자가 됩니다. 영화는 화려한 손자의 돌잔치에서 "대부님"이라 부르는 형배의 환청 같은 목소리를 들으며 묘한 표정을 짓는 익현의 모습으로 씁쓸하면서도 강렬한 끝을 맺습니다.
2.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역사적 배경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의 격동적인 대한민국 현대사를 생생하게 투영하고 있습니다. 가장 핵심이 되는 역사적 배경은 1990년 노태우 정부가 선포한 '10.13 특별선언',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입니다. 당시 노태우 정권은 1990년 10월 보안사 윤석양 이병이 친위 쿠데타 계획인 '청명계획'을 폭로하면서 거센 정치적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정권은 이러한 정권의 위기 국면을 전환하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조직폭력배를 일망타진하겠다는 명분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였으며, 이로 인해 전국적인 폭력 조직 검거 및 소탕령이 내려졌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198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기 속에서 혈연, 지연, 학연 등 인맥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부패한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주인공 최익현이 경찰서에서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라고 외치는 대사는 당시 공권력조차 개인적인 인맥과 뇌물 수수에 의해 쉽게 좌지우지되던 현실을 단적으로 상징합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외화 유치를 위해 카지노와 관광 호텔 등 향락 산업이 팽창하던 당시 상황도 영화 속에 녹아있으며, 폭력 조직들이 이러한 이권 사업에 개입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더불어 영화는 1990년대 이후 조폭 세력이 쇠퇴하게 된 경제·사회 구조적 변화도 짚어냅니다. 단순히 정부의 범죄 소탕 선언 때문만이 아니라, 1990년대부터 조폭들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연예, 오락, 관광호텔 산업에 대기업과 외국계 자본이 유입되면서 산업이 체계화되었고, 이로 인해 과거 주먹구구식으로 폭리를 취하던 조폭들이 더 이상 발을 붙이기 어려워진 시대적 배경도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이 영화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범죄자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1980~90년대 한국 사회의 이면과 자본주의적 변화를 탁월하게 그려낸 역사적 거울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3. 총평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개봉 직후 언론과 평단, 관객 모두의 압도적인 찬사를 받으며 대한민국 느와르 영화를 상징하는 최고의 명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평론가 이동진은 "현미경과 망원경 모두에 뛰어난 한국적 갱스터 장르의 도약"이라는 극찬을 남겼으며, 해외 유력 비평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도 신선도 100%를 기록할 만큼 그 탁월한 작품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누적 관객 수 472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성취는 범죄자를 맹목적으로 미화하던 기존 갱스터 영화의 틀을 완벽하게 깨부수고, 인물들의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본성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해 낸 한국형 블랙코미디의 완성에 있습니다. 주먹다짐으로 점철된 뻔한 전개 대신 얽히고설킨 인맥과 권력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탄탄한 서사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명작들에 비견될 만큼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19. 특히 "살아있네", "명분이 없다 아입니꺼",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등 찰진 부산 사투리로 완성된 수많은 명대사들은 영화 개봉 후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회자되며 전 국민적인 밈(meme)이자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 앙상블은 이 영화의 가장 눈부신 관전 포인트입니다. 끈질긴 생명력의 반달 최익현을 역대급 열연으로 소화한 최민식과, 묵직한 카리스마로 진정한 보스의 아우라를 뿜어낸 하정우는 스크린을 압도하는 완벽한 시너지를 발휘했습니다. 이에 더해 조진웅, 마동석, 곽도원, 김성균 등 내로라하는 명배우들이 하나같이 입체적이고 개성 넘치는 조연 캐릭터들을 완벽하게 연기해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여기에 1980년대 부산의 공기와 시대적 디테일을 철저한 고증으로 살려낸 감각적인 미술과 로케이션, 듣는 순간 관객의 심장을 뛰게 하는 조영욱 음악감독의 탁월한 OST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맞물려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압도적인 마스터피스를 탄생시켰습니다.